번역하면서 의외의 어려움에 부딪힐 때

수학 책을 번역하다 보면 맥락은 이해가 되는데 우리말로 옮기기 까다로울 때가 있다.

The student, who seems to be engulfed in our culture of specialization, too quickly feels the necessity to establish an “area” of special interest. In keeping with this spirit, academic bureaucracy has often forced us into a compartmentalization of courses, which pretend that linear algebra is disjoint from modern algebra, that probability and statistics can easily be separated, and even that advanced calculus does not build from elementary calculus.

Silverman 교수님의 책 "Complex Variables with Applications"의 머리말 첫 문단이다. 본문(10, 11, 13장)을 먼저 번역한 후 머리말을 번역했는데, 매일 수학적 내용을 다루는 글만 봐서 그런지, 이 짧은 문단이 참 까다로왔다. 우리말로 직역을 하면 어색한 문장이 되기에, 한참 고민하다가 이렇게 옮겼다.

수학의 여러 분야가 세분화됨에 따라 학생들은 너무 빨리 특정 분야에 몰두하려고 한다. 교육 제도 또한 그러한 경향을 따라 교육과정의 세분화를 부추기곤 한다. 예컨대 대학의 교육과정에서 선형대수학과 현대대수학은 서로 공유점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확률론과 통계학은 별도 과정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기초미적분학의 과정 없이 고급미적분학의 과목만 개설되기도 한다.

수십 번 고치고 또 고친 후에 나온 결과이다. 사실 몇 번을 고쳐 보아도 마음에 쏙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말로 쓴 글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결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온라인에서 이 책을 검색하여 상세 정보를 보면 머리말의 첫 문단이 가장 먼저 나온다는 사실. 이 문단을 볼 때마다 느끼는 부끄럼은 어찌 해야 하나.

문학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추신. 번역 작업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신 최경식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