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2017년 10월에 공개했던 연구학교 대표수업의 교수-학습 과정안입니다. 이 자료를 다른 사이트에서 공유하지 말고, 수업 준비할 때 참고용으로만 사용하기 바랍니다.
- 대상학년 : 중학교 3학년
- 수업단원 : 수학, 통계 - 산포도의 활용
I. 들어가며
교사들은 공개수업을 참관하더라도 교수-학습 과정안(이하 ‘교수-학습안’)을 꼼꼼하게 읽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공개수업 교수-학습안의 내용이 너무 딱딱하다. 조금 고상하게 말하자면 교수-학습안에서 사용되는 표현이 너무 ‘현학적’이어서 쉽게 읽히지 않는다. 연구 논문처럼 어려운 용어가 많이 들어가야 멋진 교수-학습안이라고 생각되는 모양이다. 다음으로 교수-학습안은 너무 이상적인 환경을 고려하고 있어서 실제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고상한 표현을 한 번 더 빌리자면, 대부분의 교수-학습안에서 설계한 수업은 ‘재현 가능성’이 낮다. 교수-학습에 관한 이론적 내용을 찾으려면 교과교육학 교재나 논문을 보는 편이 낫고, 실제 수업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찾으려면 수업 자료 공유 사이트를 검색하거나 동료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나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이 교수-학습안을 작성하면서 실제 수업 현장에서 교사들이 적용할 수 있는 수업의 예를 보여주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또한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드러나도록 하여 경험이 적은 교사들이 수업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더불어 현학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읽기 쉬운 문장을 사용하였다. 여러분은 이 교수-학습안은 평범한 수학 교사의 수업 경험 공유 또는 수기라고 생각해도 좋다.
II.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앞부분 생략) 수학은 수준별 수업이 이루어졌고, 나는 자발적으로 3학년 ‘기초’ 수준의 학생을 맡았다. (물론 다른 학년 수업도 맡았다.) 그리고 학생들의 성취도를 높여주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실패하였다.
○○○○년 2학기부터 나는 수업 방법을 바꾸었다. 수업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정했다.
“수학은 싫어해도 수학 수업은 좋아하게 만들자.”
물론 수학 수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학생들의 성취도가 단기간에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 후, 혹은 몇 십 년 후에 살면서 수학과 관련된 일을 즐겁게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사실 박지현 외(2014)의 연구에 따르면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결국 성취도도 향상된다.)
학생들이 수학 수업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특별한 수업을 준비하였다.
위 수업 외에도 교과 수업 전반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였다.
- 첫째, 핵심성취기준을 고려한 기본 문제를 제시하여 학생들의 성공 경험 횟수를 늘려주었다.
- 둘째, 학생들이 실제로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수학을 활용하여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분석하는 경험을 하도록 하였다.
- 셋째, 실습 탐구 활동 과정에서 개인적 특성이 다른 학생들이 서로 도우며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이 수학 학습에 흥미를 느끼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학생들의 정의적 영역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는 성공하였다. 박선화 외(2010)의 연구에서 개발한 설문지를 이용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흥미, 가치인식, 자기조절력, 수학불안 등의 요인에서 긍정적인 응답을 얻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학생들과 상담해보면 수학이 중요한 과목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왜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되는지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학생들이 마음속에 수학은 현실과 유리된 학문인 셈이다. 그나마 교과서에 실생활에서의 활용과 관련된 문제가 몇몇 나오지만 학생들이 그러한 문제를 풀며 수학의 가치를 느끼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년, 올해에는 학생들이 수학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수업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즉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고려 사항 중 두 번째인 ‘수학을 활용하여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분석하는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번 공개수업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설계된 수업이다.
III. 수업을 준비하며
1. 수업 환경
본 수업과 관련된 수업 환경은 다음과 같다.
2. 단원 소개
본 수업에서 선택한 단원은 다음과 같다.
이 단원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이다.
- 첫째, 분산과 표준편차는 그 활용도는 높아 각종 통계에서 실제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어 그 개념을 명확히 이해해두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
- 둘째, 분산과 표준편차는 사칙계산과 제곱근이 기본 개념만 알고 있으면 구할 수 있으며, 이전 학습 내용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이 그것을 활용할 때 심리적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 셋째, 우리 교과서에서는 분산과 표준편차의 개념을 이해하기보다는 단순히 그것을 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내용을 재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날 수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도구로서, 그리고 연구 방법으로서 사용된다. 이전에는 수학과 관련되었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분야까지 수학적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 한 예가 수리생물학(mathematical biology)이다. 1989년 머레이(J. D. Murray) 교수는 수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생물학을 연구하는 기법에 관한 책을 출판하였다. 「Mathematical Biology」라는 제목의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Mathematical biology is a fast-growing, well-recognised, albeit not clearly defined, subject and is, to my mind, the most exciting modern application of mathematics.”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수학적 방법을 활용한 새로운 학문 분야는 최근에도 새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장차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은 분야에 수학적 방법을 접목하여 새로운 연구 방법을 개발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학생들이 세상을 바라보며 수학을 함께 생각하는 자세를 가질 때 가능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학생들에게 수리생물학 같은 내용을 가르칠 수는 없다. 대신 나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수학을 활용하여 세상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자 한다. 그것을 위하여 선택한 단원이 바로 ‘통계’의 ‘산포도’이다.
3. 수업 설계
중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중 수학과 관련 없는 과목을 꼽아보라고 하면 보통 언어 관련, 즉 국어와 영어가 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영어보다 국어가 수학과는 관련이 더 없는 과목으로 꼽힌다. 수학 시간에 알파벳이 많이 나와서 영어는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모양이다. 국어에서 배우는 내용 중에서도 문학은 특히 수학과는 연관을 찾기 어려운 내용으로 여겨진다.
본 수업에서는 그와 같은 상식을 깨고 문학과 수학을 연계하여 지도하고자 한다.
중학교에서는 시의 형식에 대하여 배운다. 시는 형식에 따라 크게 정형시와 자유시로 나눌 수 있다. 정형시는 일정한 형식적 제약 속에서 표현되는 시 형식이며, 자유시는 형식적 제약을 받지 않는 시이다. 이러한 구분은 시를 감상하며 직관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본 수업에서는 산포도를 이용하여 정형시와 자유시를 구분할 것이다.
먼저 국어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중학생들에게 익숙한 여덟 편의 시를 추천받았다. 그리고 시별로, 각 행의 글자 수를 센 뒤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보다시피 자유시의 경우에는 산포도가 크고, 정형시의 경우에는 산포도가 작다. 단, 평균의 경우에는 시의 형식과는 관계가 없다.
이제 이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마음 같아선 여덟 편의 시를 던져주고 자유시와 정형시를 구분할 수 있는 수학적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고 싶지만, 이렇게 해서는 학생들이 그 방법을 찾지 못한다. 대신 처음에는 시의 형식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행의 글자 수를 세어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하게 할 것이다. 그 뒤 표준편차가 큰 시와 표준편차가 작은 시를 비교하고 관찰하여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발견하게 할 것이다. 지금부터 이 과정을 ‘탐구활동’이라고 부르겠다.
학생들이 탐구활동에서 글자 수를 셀 때 헤매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규칙을 정한다.
- 빈칸과 빈 행은 세지 않는다.
- 쉼표, 온점, 따옴표, 말줄임표 등의 문장부호는 세지 않는다.
- 표준편차는 반올림하여 소수점 아래 둘째 자리까지 구한다.
다음으로 학생들이 협동하여 탐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두 명 또는 세 명씩 짝을 지어 모둠을 만들면 좋을 것이다. 단, 모둠별 학생 수는 교사가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학생들이 원하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하자. 혼자 하고 싶은 학생은 혼자 해도 괜찮다. 모둠 수에 따라, 한 모둠 당 제공하는 시의 수를 조정하면 된다.
교과서에서 제공하는 전형적인 문제와는 달리, 글자 수를 세고 그 값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하는 과정은 계산이 복잡하다. 따라서 학생들이 계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많이들 가지고 다니므로 계산기 대신 휴대전화의 계산기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도록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수업 앞부분에서 계산기 사용법에 대한 간단한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탐구활동을 마친 뒤에는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을 가상적으로 제공하고 학생들이 의사결정을 하도록 함으로써 형성평가를 대신할 것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제이다.
이 문제는 정해진 답이 없다. 대푯값과 산포도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와 관련된 근거를 적절히 들면 된다.
이상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설계한 수업 과정은 다음과 같다.
IV. 교수-학습 과정
V. 수업을 마치며
나는 지난 몇 년간 학생들의 정의적 영역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연구하였다. ○○○○년에는 모둠식 토론 수업과 스토리텔링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년에 본교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계속하였으며 실습, 체험 활동 등의 수업을 통해 수학에 대하여 학생들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본 교수-학습 지도안은 그와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자는 학생들이 수학 수업 시간에 즐거운 경험을 통하여 수학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때 상급 학교에 진학한 후,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수학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학을 즐기는 것이야 말로 수학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수학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수학은 즐겁게 해야 한다.”
참고문헌
- 박선화, 김명화, 주미경(2010). 수학에 대한 정의적 특성 향상 방안 연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RRI 2010-9.
- 박지현, 김수진, 김경희(2014). 중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와 기치 인식 변화가 수학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 분석.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교과교육연구소 학술지 교과교육학연구, 18(3), 683-701.
- 김성일, 윤미선, 소연희(2008). 한국 학생의 학업에 대한 흥미: 실태, 진단 및 처방. 한국심리학회지 사회문제, 14(1), 187-221.
VI. 교학상장
교수-학습안이 끝난 줄 알았을 텐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조금 남았다.
본 수업에서는 정형시와 자유시를 구분할 때 행별 글자 수의 표준편차를 이용하였다. 하지만 사실 나는 이 값이 정형시와 자유시를 구분할 수 있는 적절한 척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한 행의 글자 수가 많은 경우 행별 한두 글자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지만 한 행의 글자 수가 적은 경우 행별 한두 글자의 차이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정형시와 자유시를 구분하는 지수로서 다음과 같은 ‘자유시지수’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 공식대로 본 수업에서 다루었던 시들의 자유시지수를 구해보면 다음과 같다.
자유시지수를 구한 결과 표준편차를 이용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순위는 조금 바뀌었지만 자유시가 1~5위를 차지하고 정형시가 6~8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즉 자유시의 경우 모두 자유시지수가 0.2 이상이며 정형시의 경우 모두 자유시지수가 0.1 이하가 나왔다.
오히려 ‘해’와 같은 산문시의 경우에도 극단적인 값(표준편차 16.48)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산문시의 경계선에 있는 ‘동서남북’이 ‘해’와 비슷한 값을 나타낸다는 점을 볼 때 표준편차보다는 자유시지수가 정형시와 자유시를 구분하는 좋은 척도가 됨을 알 수 있다.
비록 이러한 분석 방법이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이 내용을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중에 Mathematical Poetica와 같은 분야가 나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수업인데, 오히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제는 진짜 끝. (그리고 또 다른 시작.)
선배님 인공지능계로 가시렵니까 ㅎㅎ 로봇이 정형시와 자유시를 자유자재로 작문하는 세계로요
칼럼을 읽듯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