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제 ‘p이면 q이다’의 논리적 정의의 타당성에 대하여

학부 과정에서 집합론을 수강하면 명제를 배운다. 이때 \((p \to q)\)를 \( ((\sim p) \vee q)\)와 같은 것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사실 \((p \to q)\)라는 명제는 중등학교 과정에서 도형의 성질을 증명하면서 이미 ‘\(p\)가 참이면 \(q\)가 참이다’의 뜻으로 배웠다. 즉 중등학교 과정에서 \((p \to q)\)를 배울 때에는 가정인 \(p\)가 참인 경우만 고려하였다. 그러나 \( ((\sim p)\vee q)\)는 \(p\)가 참일 때뿐만 아니라 \(p\)가 거짓일 때에도 정의된다. 특히 \(( p \to q )\)를 \(((\sim p) \vee q)\)와 같은 것으로 정의하면 가정인 \(p\)가 거짓일 때에는 결론인 \(q\)의 참 거짓 여부에 관계없이 \(( p \to q )\)는 참이 된다.

이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 \(( p \to q )\)를 \(((\sim p) \vee q)\)로 정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 p \to q )\)를 \(((\sim p) \vee q)\)로 정의할 때 생기는 이점은 무엇인가.

\(p\)와 \(q\)가 고정된 명제, 즉 참 또는 거짓이 이미 드러나 있는 경우에는 \(p\)가 거짓인 경우를 정의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네가 이번 경기에서 100미터를 10초 안에 달린다면 너에게 상품을 주겠다’

라는 문장은 경기가 끝나는 순간 가정인 ‘이번 경기에서 100미터를 10초 안에 달린다’는 참 또는 거짓 여부가 드러난다. 이러한 경우 100미터를 10초 안에 달렸고 상품을 준다면 약속을 지킨 것이니 위 문장은 참이 되고, 100미터를 10초 안에 달렸는데도 상품을 주지 않는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니 위 문장은 거짓이 된다. 100미터를 10초 안에 달리지 못한 경우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p\)와 \(q\)가 변수인 경우, 즉 명제함수인 경우를 생각해보아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x > 3\)이면 \(x > 0\)이다’

라는 문장은 참이다. 왜냐하면 \(3\)보다 큰 수는 모두 양수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장의 참 거짓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x > 3\)인 경우, 즉 가정이 참인 경우만 고려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p\)와 \(q\)를 명제함수로 보고 명제 \(( p(x) \to q(x))\)의 일반적인 경우를 생각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즉 엄밀히 말해 \(( p(x) \to q(x))\)가 참이라는 것은 \(x\)에 어떠한 값을 대입하여도 \(( p(x) \to q(x))\)가 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forall x ( p(x) \to q(x))\] 가 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p(x)\)의 진리집합을 \(P\), \(q(x)\)의 진리집합을 \(Q\)라고 하고 \(P\)와 \(Q\)를 모두 포함하는 대상영역을 \(U\)라고 하자. \(( p(x) \to q(x))\)가 참이라는 것은 \(p(x)\)가 참이 되게 하는 모든 \(x\)는 \(q(x)\)도 참이 되게 한다는 것이므로 \(P \subseteq Q\)가 성립한다. 그런데 \(x\)는 임의의 원소이므로 \(P\)의 원소일 수도 있고 \(Q\)의 원소일 수도 있지만 \(P\)의 원소도 아니고 \(Q\)의 원소도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경우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1. \(x\in P\)인 경우 \(p(x)\)와 \(q(x)\)는 모두 참이다.
  2. \(x\in Q\)이자만 \(x \notin P\)인 경우 \(p(x)\)는 거짓이지만 \(q(x)\)는 참이다.
  3. \(x\notin Q\)이고 \(x \notin P\)인 경우 \(p(x)\)와 \(q(x)\)는 모두 거짓이다.

이와 같은 세 가지 경우에 참이 되고, 또 이 세 가지 경우에만 참이 되는 명제는 \(((\sim p(x)) \vee q(x))\)이다.

한편 \(( p(x) \to q(x))\)가 거짓이 되려면 \(p(x)\)가 참이더라도 \(q(x)\)가 거짓이 되는 \(x\), 즉 반례인 \(x\)가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p(x)\)가 참이지만 \(q(x)\)가 거짓이면 \(((\sim p(x)) \vee q(x))\)도 거짓이다.

따라서 \(( p \to q)\)를 \(((\sim p) \vee q)\)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함을 알 수 있다.

명제 \(( p \to q)\)를 증명하는 간접증병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대우법 : \(( p \to q)\)를 증명하기 위해서 \(((\sim q) \to (\sim p))\)를 증명한다.
  • 귀류법 1 : \(( p \to q)\)를 증명하기 위해서 \(((p \wedge (\sim q)) \to c)\)를 증명한다.
  • 귀류법 2 : \(p\)를 증명하기 위해서 \(((\sim p) \to c)\)를 증명한다.

명제 \(( p \to q)\)에서 \(p\)가 참인 경우만을 고려한다면 대우법이나 귀류법의 타당성을 증명할 수 없다. 즉 \(( p \to q)\)를 \(((\sim p) \vee q)\)로 정의함으로 인하여 직접증명법 외에 대우법이나 귀류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정이 거짓인 경우 결론에 상관없이 \((p \to q)\)는 참이다’라는 성질을 이용하면 ‘공집합은 모든 집합의 부분집합이다’와 같은 명제도 명료하게 증명된다.